[2021. 09. 26.] 카레와 통조림과 잼… 죽은 자의 마지막 음식 [이슈&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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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레와 통조림과 잼… 죽은 자의 마지막 음식 [이슈&탐사] 

[빈자의 식탁: ‘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 ⑤ 고독한 죽음, 마지막 식사는

입력 : 2021-09-26 06:30/수정 : 2021-09-27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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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고독사한 30대 청년의 자취방에서 발견된 음식으로 마지막 식사를 재구성했다. 그의 집에서는 즉석밥과 카레, 통조림, 잼 등이 나왔다. 윤성호 기자




노란 컨테이너 상자에 햇반과 카레, 야채참치 통조림, 블루베리잼이 담겨 있었다. 비타민C 영양제와 하지정맥류 치료제도 눈에 들어 왔다. 지난 7월 세상을 떠난 30대 A씨 방에서 나온 유품이다. A씨는 거주하던 좁은 자취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한 지 2주가 지난 뒤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생활고에 시달린 A씨는 오랫동안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쌀이 부족했는지 나라미를 구입하는 방법이 담긴 ‘정부양곡 할인구입 신청 안내문’이 방에서 발견됐다. 일용직 인력업체와 노숙인 임시보호시설 명함도 나왔다. 현장을 정리한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는 “30대 남성 집에서 양곡 지원 관련 서류가 나온 적은 처음이다.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남긴 다이어리에는 2년 전 거리에서 노숙할 때 쓴 일기가 담겨 있었다. 생전 식생활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단서다.



“노숙 1일차. 가만히 안 움직이면 배는 별로 안 고픔. (중략) 어제 일요일 마지막 밥을 먹었다. 일주일 중 제대로 된 한 끼의 식사. 내가 가진 건 견과류 조금, 물, 셰이크 3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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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로 세상을 떠난 30대 청년의 방에서 발견된 다이어리. 2년 전 노숙하던 시절의 일기가 적혀있다. 방극렬 기자




2019년 12월 경기도 부천의 한 아파트에서 사망한 상태로 발견된 B씨(68)의 냉장고는 휑한 모습이었다. 오래 방치돼 싹이 난 감자와 부서진 양파, 딱딱해진 떡, 김치가 보관된 식품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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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청소업체 길해용 대표는 “고독사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건 라면과 통조림”이라고 말했다. “냉장고에도 기껏해야 김치나 즉석식품뿐이에요. 조리 환경이 열악해 가스가 끊겨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복지관이나 구청에서 지원받은 식자재가 보이지만 그것으로 뭔가를 만들어 먹은 것 같지는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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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우유 배달로 독거노인 고독사를 예방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사단법인 ‘어르신의안부를묻는우유배달’은 서울 21개 자치구와 함께 노인 2740여명에게 매일 우유를 배달한다. 전날 배달된 우유가 방치돼 있으면 가족이나 관공서에 연락해 적절한 조치를 하게 한다. 서울에서만 실시된 이 사업은 올해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아시아문화원 보고서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대인 관계의 단절이 고독사의 주된 원인”이라며 “대부분 불규칙·불균형한 식단에 노출돼 있는 만큼 공동으로 음식을 만드는 장이 마련돼 함께 나누는 돌봄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슈&탐사2팀 권기석 양민철 방극렬 권민지 기자 extreme@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295888&code=611211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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