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9. 07.] [좁은 방에서 외로운 죽음 맞는 청년들] 가족에게 알려도 "알아서 처리하라"

최고관리자 0 911

[좁은 방에서 외로운 죽음 맞는 청년들] 가족에게 알려도 "알아서 처리하라" 


40세 미만 무연고 사망, 최근 5년간 3~4%

"죽음 맞기 전 돌볼 수 있는 방법 찾아야"

2021-09-07 12:17:59 게재



"저희에게 들어오는 유품정리 의뢰를 기준으로 보면, 예전에는 20~30대 관련한 건이 30% 정도 됐다면 요즘에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해 거의 반반은 될 정도로 많이 늘어난 게 사실입니다."


고독사 등으로 숨진 사람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체 스위퍼스의 길해용 대표의 말이다.


고독사에는 나이가 없었다. 6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무연고 사망자 추이를 보면 지난해 40세 미만 청년층의 무연고 사망자는 97명이었다. 전체 무연고 사망자 중 3.4% 정도인데 최근 5년간 청년층 무연고 사망자는 3~4% 수준을 꾸준히 지켜왔다.


아직 정부 차원에서 고독사 실태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흔히 무연고 사망자 숫자로 고독사를 추정한다. 고독사는 홀로 사망해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시신이 발견된 경우를 말하는데, 고독사 사망자 중에는 연고자가 있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무연고 사망자보다는 더 많을 것으로 지적돼 왔다.


한창 청춘을 즐겨야 할 나이에 외로운 죽음을 맞은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길 대표는 "청년들이 외롭게 숨졌을 때는 거의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라면서 "각자 생전에 고민했던 문제가 다르겠지만 방을 청소하다 보면 떠난 사람들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어느 정도는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좁디 좁은 방 안에 취업 관련 서적이 쌓여 있거나 자신을 격려하는 말이 적혀 있다면 취업문제에 대한 고민이 컸구나 하고 헤아리는 식이다.


요즘 들어 만나는 현장에선 유독 취업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이 느껴졌단다. 토익책부터 이력서까지 생전에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차근차근 정리해야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주식이나 코인투자 실패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우울증 등으로 인해 살아있을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키다가 어느 순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 이때는 가족들과도 이미 연을 끊은 경우도 많다.


통상적으로는 뒤늦게 죽음을 안 가족들이 유품정리나 방청소를 의뢰하는 경우가 많지만 가족과의 관계도 이미 붕괴된 경우가 있다.


3월 경기 지역의 한 주택에서 숨진 20대 남성의 방을 정리하다 발견한 연락처로 가족에게 전화를 했지만 돌아온 것은 '알아서 처리하라'는 냉랭한 말뿐이었다. 길 대표는 "자식이 죽었다고 알려드려도 버린 자식이니 마음대로 하라고 하시는 경우였다"고 전했다.


코로나19와 취업난이 겹쳐 최근 청년층 고독사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전문가들은 전 연령대에 걸쳐 고독사가 늘어났고 청년층도 예외가 아니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지적했다. 전체 고독사 중에선 청년의 비율이 미미하다 할지라도 전체적인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이야기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연령대별로 고독사 문제를 들여다 보면 각 연령대별로 다 심각한 문제가 있고 전반적으로 고독사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예전에는 노인들의 고독사만 문제시했는데 이제는 청년층 중장년층 노인층 등 전연령대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정치권에서 청년층에 대한 정책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이들의 고독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이기도 하다.


서울 지역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는 '나눔과 나눔'의 김민석 팀장은 "나눔과 나눔에서 장례를 지원한 서울 지역에 한정해서 본다면 청년층 무연고 사망자는 1.5% 수준에 그친다"면서 "청년층 고독사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비중이 적다고 해서 중요치 않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김 팀장은 "증가했다 안 했다를 떠나서 청년층이 쓸쓸하게 죽음을 맞고 있다는 데 대해선 당연히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특히 그들이 죽음을 맞기 전에 사회가 돌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특수청소업체 대표는 "청년층의 외로운 죽음은 최근 들어 갑자기 급증했다기보다는 항상 심각한 수준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심각하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면서 "한 명 한 명의 죽음을 들여다보고 귀하게 여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생명사랑 캠페인

당신은 소중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그 존재만으로도 아름답고 가치있는 사람입니다. 포기하지 마세요.


24시간 전화 상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청소년전화 1388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한국생명의전화 1588-9191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