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7. 01.] 대출 독촉장 속 외롭게 죽어간 청년…유족은 "이미 버린 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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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독촉장 속 외롭게 죽어간 청년…유족은 "이미 버린 자식"

머니투데이 - 홍순빈 기자

2021.07.01 15:49



지난 3월 경기도의 한 일반주택 건물주가 특수 청소업체에게 전화했다. 1층에 세 들어 살던 20대 청년이 숨져 청소를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건물주는 며칠 전부터 전화도 받지 않아 집에 찾아가보니 극단적 선택을 해 숨져 있는 A씨(24)를 발견했다.


16㎡(5평) 남짓 되는 공간에서 A씨는 숨진 지 열흘만에 발견됐다. A씨는 제대 후 다단계에 빠져 생활고를 겪었다. 유품 정리를 위해 청소업체가 유가족인 A씨의 어머니에게 전화했으나 "이미 버린 자식이니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만 돌아왔다.


특수 청소업체가 유품을 정리하러 집에 갔을 때 여기저기 잔뜩 쌓인 대출 독촉장들을 발견했다.가스도 이미 끊겨 A씨 주변에는 휴대용버너, 라면, 즉석밥 등만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A씨가 생전에 먹다 남긴 음식들도 발견됐다. 특수 청소업체는 2주에 걸쳐 현장에서 유품을 정리하고 변사체에서 나온 오염물들을 끊임없이 닦았다.


A씨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했던 특수 청소업체 '스위퍼스' 대표 길해용씨(37)는 "A씨 뿐만 아니라 최근 20대, 30대 청년들의 고독사 현장을 정리해달라는 연락을 많이 받는다"며 "취업, 우울증, 생활고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하고 쓸쓸하게 시신으로 발견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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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경기도의 한 주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24)의 집 내부 사진/사진=길해용씨 제공



2,3년 전보다 청년 고독사 의뢰 늘어…코로나19 여파도


길씨는 변사사건, 고독사, 자살 등으로 숨진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을 지우는 일을 한다. 그는 2012년부터 10년 동안 스위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장에서 죽은 이의 유품 정리, 변사체로 인한 오염물과 악취 제거 등이 주 업무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특수 청소업체가 다루는 고독사는 가족, 친척들과 왕래가 끊긴 50대 남성이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 상황과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자살, 고독사한 2030대 청년층들에 대한 청소 의뢰가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길씨는 "2, 3년전부터 20, 30대 고독사 현장 청소 작업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며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심해져 요새 의뢰가 오면 '50대 남성이냐, 아니면 2030대냐'고 물을 정도"라고 했다. 이어 "연이은 취업 실패로 인한 우울감, 어려운 경제상황에 따른 생활고, 코인 폭락 등 다양한 이유로 젊은층이 홀로 사라져간다"고 했다.


지난해 6월 길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30대 여성의 오피스텔을 청소했다.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던 이 여성은 우울증 때문에 휴직을 신청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여성의 집 한 켠에는 공무원 수험서들이 가득 쌓여 있었고 마음을 다잡는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도 붙어 있었다.


길씨는 "이 여성은 해당 오피스텔에서 악취가 난다는 민원이 들어와 발견됐다"며 "현장 정리를 위해 집에 들어갔을 때 공시 준비를 할 때 썼던 수험서와 글귀가 적혀 있는 포스트잇 다수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유가족은 이 여성의 죽음을 신경쓰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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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지난해 6월 고독사한 30대 여성 현장 사진 (우) '스위퍼스' 현장 청소 사진/사진=길해용씨 제공



고독사 현장 정리 1달 걸릴 때도…"무연고 청년들 고독사 막아야"


길씨의 업무는 이렇게 진행된다. 경찰, 소방서 등에서 사망진단서가 나오면 현장 청소를 시작한다. 고독사한 사람은 유족과 연락이 끊기거나 책임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길씨는 부패한 시신으로부터 나오는 악취와 오염물을 제거하기 위해 벽지, 장판 등을 제거하고 심하면 콘크리트 바닥도 들어내기까지 한다고 했다. 청소에만 일주일, 길면 한 달까지 소요된다고 했다.


길씨는 "청소를 시작하면 먼저 유품정리부터 시작해 악취가 벤 벽지·장판 제거, 살균, 약품 청소 등을 진행한다"며 "시신에서 나온 오염물이 콘크리트까지 스며들 땐 설비공사도 함께 진행한다"고 했다. 그는 "유품 소각 대행까지 진행하면 길게는 1달 넘게 걸린다"고 했다.


그는 고독사 현장을 정리하며 유가족, 건물주 등과 갈등을 겪을 때가 많다고 했다. 그는 "악취가 나고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청소하러 간 건물 이웃들과 자주 마찰을 겪는다"며 "시신에서 나온 오염물 처리에 관해 환경부 등에 의뢰하면 '일반쓰레기로 묶어 처리하라'고 해 난처할 때가 많다"고 했다.


지난 4월1일 '고독사예방및관리에관한법률'이 제정됐지만 아직 고독하게 사라져가는 젊은층들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이 미비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무연고 시신처리된 40세 미만 청년층은 97명이다.


이에 대해 길씨는 "쪽방촌 등에 거주하는 독거노인이 사망할 경우 지자체, 노인복지기관 등을 통해 대부분 발견돼 고독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현재 늘어나는 20, 30대 청년들의 고독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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