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03. 27.] “방안 가득 쓰레기·취업 책 남기고…” 취약한 2030 심리·물질적 고립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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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 가득 쓰레기·취업 책 남기고…” 취약한 2030 심리·물질적 고립 이중고

[중앙선데이] 입력 2021.03.27 00:02 수정 2021.03.27 01:18

김나윤 기자 Ⅰ 고성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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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청년 고독사


지난 1월 대전의 한 원룸 오피스텔. 현관문을 채 열기도 전에 복도에서부터 악취가 느껴진다. 문을 여니 16.5㎡(약 5평) 방 안은 성인 남성 허리 높이만큼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다. 피자, 치킨 박스부터 먹다 남은 음식물쓰레기까지 뒤엉켜 있어 발 디딜 엄두조차 나질 않는다. 물속에서 헤엄치듯 간신히 쓰레기를 하나둘 헤집으며 제일 먼저 살핀 곳은 화장실. 1주일 넘게 시신이 방치됐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옆 세면대에는 수백개의 담배 꽁초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청년 무연고 사망, 3년 새 58% 늘어

1인 가구 증가 맞물려 소통 단절

고시원·원룸 등 주거 환경 열악

가족 있어도 교류 않고 극단 선택


내달 1일 고독사예방법 시행돼도

통계 자료 없어 세부지침 공백상태

“청년 고독, 생명권 차원서 살펴야”



쓰레기들 사이에 간신히 보이는 책장에는 토익 교재를 비롯해 ‘2주 완성 면접대비’, ‘ㅇㅇ기업 인적성시험 기출문제’ 등 취업 관련 서적이 빼곡히 채워져 있다. “방주인이 처음부터 싼 방을 찾았어요. 여기가 보증금 300만원인데 이걸로 어떻게 (청소 작업) 안 될까요?” 부동산 관계자의 말이다. 방 주인은 32세 여성. 취직하려던 회사에 제출하려 했는지 주민등록등본 등이 과자칩 봉투와 뒤엉켜 있다. “시신 흔적에, 쓰레기에, 여기 화재 흔적까지 있는데 어떻게 300만원에 합니까. 서류 보니까 부모가 있는 거 같은데?” 특수청소 의뢰를 받은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가 물었다. 하지만 부모는 서류에만 존재했다. 떠난 방주인의 집 청소와 유품정리를 상의하자 부모는 되려 부동산 관계자에게 “1원 하나 줄 수 없다”고 단박에 거절했다.


길 대표가 최근 경험한 청년고독사 현장이다. 특수청소를 해온 지 10년 가량 된다는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독거노인 고독사나 단순 자살이 많았지만 2~3년 사이 청년 고독사 현장 의뢰가 굉장히 많이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때문인지 지난해 10건 중 4건은 20~30대 고독사 현장이었다”고 말했다.



# 화장실서 백골로 발견된 사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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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는 타인과 관계 단절이나 소통 공백으로 홀로 죽음을 맞는 것을 뜻한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해서 모두 고독사로 분류하지 않는다. 직계 가족이 있더라도 평소 교류가 없어 시신 인수를 거부할 경우에도 고독사 범주에 넣는다. 학계에선 주변 사람의 왕래가 없는 상태에서 사망해 약 3일이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되면 통상 고독사로 본다. 길 대표는 “화장실에서 백골 시신으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며 “알고 보니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라서 시신을 인수할 유가족이나 친구조차 없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신 부패와 현장 훼손 정도에 따라 죽은 이가 얼마나 사회와 단절된 삶을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고독사의 그림자는 노년층을 넘어 20~30대 청년 세대에게까지 짙게 드리우고 있다.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의 10~30대 무연고 사망 사례는 2017년 63건이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에는 100건으로 3년 사이 58% 증가했다. 고독사가 더는 독거노인 등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어르신과 중증 장애인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복지 프로그램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청년 고독사는 1인 가구 증가와 관련이 깊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614만가구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가 18.2%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30대(16.8%)였다.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심리적 면역력이 강하지 않은 젊은 세대가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우울증, 무기력을 동반한 심리적 고립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년 1인 가구가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시간은 하루 평균 74분이었다. 이는 다른 유형 가구의 55% 수준이다. 특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불과 5분 안팎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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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윤 기자 Ⅰ 고성표 기자


출처 : 중앙SUNDAY

링크 : https://news.joins.com/article/2402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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