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11. 06.] [피플앤포커스] 죽은 자의 흔적을 청소하는 그가 말하는 ‘죽음’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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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혜지 기자 gpwk1123@newscj.com 승인 2020.11.06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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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해용 스위퍼스 대표가 지난달 20일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0.11.20



유품정리업체 ‘스위퍼스’ 길해용 대표


특수청소부, 고인의 마지막 공간 정리하는 일

범죄·고독사 현장 방문, ‘무연고 사망자’가 대다수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죽음’. 떠올리기만 해도 무겁고 엄숙해진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것 또한 죽음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그 죽음의 형태는 저마다 다르다. 예기치 못한 죽음을 맞는 가하면, 스스로 죽음 속으로 뛰어가는 사람까지. 이런 다양한 형태의 죽음 언저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특수청소부’다. 본지는 최근 서울 은평구 불광동에서 특수청소부 길해용 스위퍼스 대표를 만났다.


“단순히 치우면 닦고 끝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길 대표는 경찰과 유족, 건물주의 의뢰로 범죄와 고독사 현장, 쓰레기 집을 청소한다. 그가 특수청소란 것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1년경 우연히 고독사 기사를 접하면서다. 하고 있던 요리를 그만두고 특수청소를 하겠다며 ‘스위퍼스’를 차렸다. 시신이 있던 마지막 자리를 치우는 일을 한다고 하니 친척들은 “안정적인 삶을 살아야 하지 않겠냐”면서 만류했다.


유품정리, 특수청소가 사회적으로 생소하던 시기 돈 1000만원을 들여 홀로 시작한 특수청소 일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직접 장례식장을 발로 뛰며 의뢰를 받았다. 다소 끔찍할 수도 있는 현장이다. 트라우마가 생길 법 하지만 길 대표는 “무덤덤했다”고 했다. 오히려 ‘어설프게 하는 것이 유족에게 실례’라고 생각한 그는 타 업체가 따라올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현장을 청소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했다.


길 대표의 작업 현장은 크게 네 가지다. 유품정리와 범죄 현장, 고독사(자살) 현장 청소, 이른바 ‘쓰레기집’ 청소 등이다. 길 대표는 이 중 가장 많은 유형이 고독사 현장이라고 했다. 대다수가 가족·친척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다.


특히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늘고 있다. 2014년 538명에서 지난해 1056명으로 껑충 뛰었다. 길 대표는 “실제로 고독사 현장 의뢰는 날마다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50~60대 남성의 비율은 80%”라며 “고독사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빈부격차 심화, 현실 암울

고독사·자살, 계속 증가할 것



그러나 통계와는 달리,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무연고 사망자는 나이도 불문하고 이유도 다양하다. 길 대표의 회사 홈페이지에는 혼자 죽음을 맞을 수밖에 없던 이들의 사연들과 사후 에피소드들이 정리돼있다.


이 가운덴 20대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기록도 있다. 그는 20대 초반 여성으로 2013년경 서울 한 주공아파트에서 채권자에 의해 발견됐다.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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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무연고 사망자의 집에서 발견된 골든 리트리버. 발견 이후 길 대표의 친척분이 농장에 울타리를 만들어서 키웠는데 매일 낑낑대더니 그 해 겨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출처: 스위퍼스)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 유일한 가족이라곤 두 달간 집에 방치돼있던 골든 리트리버 한 마리였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엔 “엄마도 아빠도 없다. 혼자라는 우울증을 참기가 너무 힘이 들었다. 반려견을 안락사 시켜 함께 화장시켜 달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길 대표는 “유품정리 기간 중 고인의 친구나 지인 중 단 한명이라도 찾아왔다면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현장에는 단 한명도 찾아오지를 않았다”며 “결국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고인의 유서를 읽은 사람은 여전히 나 혼자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족이 있다고 한다고 해서 고독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에는 한 기러기 아빠의 사연도 있다.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을 했죠. 유가족이 미국에서 귀국 중이라 장례절차 및 행정절차에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현장을 정리하면서) 정말 절제된 삶을 사는 구나 느꼈어요. 회사생활을 위한 복장은 양복 및 와이셔츠 두벌씩, 코트 한 벌, 구두 한 켤레가 전부였고 사무작업을 위해 사용하는 듯한 6년 이상 지난 노트북, 해진 노트북 가방 그리고 다이어리 하나가 전부였어요.”


‘무연고 사망자’라면 건물주가 직접 현장 청소를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비용은 보통 건물주가 부담한다. 뿐만 아니다. 건물주는 고인의 유가족 찾기, 사건 현장 거주지 비용처리 문제, 건물 전체의 임대비용 손실 문제, 시체악취(시취)로 인한 주변 이웃 주민들의 민원, 등 수많은 문제들을 떠안게 된다.


길 대표는 이들과도 직접 마주하며 문제를 해결한다. 한번은 유품 정리를 의뢰한 한 건물 주인의 화를 길 대표가 받은 적이 있었다. 냄새로 인해 다른 세입자들이 죽은 이의 소식에 대해 알게 됐고, 방을 빼달라는 연락이 줄을 이어서 손해가 크다는 하소연이었다. 건물주는 하소연을 넘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이XXX 겨울에 내쫓았어야 되는데’ ‘죽어서까지 민폐 끼치는 XXX’ 등의 원색적인 욕까지 쏟아냈다.


그는 20~30대 젊은 층의 안타까운 자살 현장도 자주 마주한다. 채무나 이성문제, 우울증의 이유가 가장 많다. 길 대표는 ‘이성 문제’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20대 초반 여성을 떠올렸다. 그가 숨진 방 거울엔 한 남성의 이름이 욕과 함께 빨간 립스틱으로 휘갈겨져 있었다. 알고보니 남자친구 이름이었다. 길 대표는 그 모습이 아직까지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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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해용 대표의 작업 모습. 스위퍼스는 특별 제작한 자외선 오존 살균기를 아용해 살균, 소독 작업을 한다. (제공: 길해용 대표)



결국 돈과 가난 때문



길 대표는 자살이나 고독사 등은 “결국 돈 문제며 가난 때문”이라고 봤다. 통계청도 한국인들의 자살 이유 1위를 ‘경제적 어려움’이라 꼽은 바 있다. 그는 앞으로도 자살이나 고독사 비율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27만명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독거노인들도 많고, 1인 가구도 늘고 있는 현실이잖아요. 분명히 사망을 하면 고독사 현장처럼 발견될 경우가 있을 것이고 빈부 격차는 심해지고, 취업도 안 되고 팍팍해지고 있는데 미래가 밝을 리가 없죠. 암울하죠.”


길 대표가 이런 저런 죽음의 현장을 만나온 지도 벌써 9년이 지났다. 그가 일을 하며 한 가지 내려놓은 것이 있다. 바로 살면서 갖게 되는 ‘욕심’이다.


“돈이 있으면 ‘내가 이 물건을 사서 소장을 해야지’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사업을 하다보니까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내가 어디서 어떻게 죽을지도 모르는데….”


길 대표는 고독사의 현실을 알리고 싶다고도 했다. 머지않아 현장을 생생히 담은 다큐 형식의 영상을 만드는 등 스위퍼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운영할 계획도 갖고 있다. 고독사, 자살 등과 관련한 방송 출현과 관련 자문에도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 길 대표는 향후 대한민국에서 유품정리사, 특수청소부라는 직업군은 호황을 누릴 것이라는 말과 함께 “‘사업 번창하세요’ 라고 들을 때가 있는데 괜히 암울한 기분”이라며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출처 : 천지일보 http://www.newscj.com/news/articleView.html?idxno=796503#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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