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의 현실 [흙] - 유품정리사 / 특수청소부 에피소드

최고관리자 0 2993

"사람은 죽으면 누구나 한 줌 흙으로 돌아간다."

종교적, 철학적 의미가 담긴 문구라고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의미를 전부 배제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처음 연락 온 곳은 건물주로부터였다.

본인이 남쪽 지역에 있는 OO광역시에 원룸 건물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해당 건물에 거주하고 있던 세입자가 고독사를 하여 고독사현장 처리 작업이 필요하다는 연락이었다.

건물주는 이어서 세입자가 사망 후 1년 뒤에 발견이 되었다고 말하였는데 해당 기간 동안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아 보증금이 소진되는 상황이었으며 이에 보증금이 모두 소멸될 때까지는 그저 지켜만 보았다고 한다.

보증금이 모두 소멸되고 나서야 건물주는 세입자에게 연락을 시도하였고 세입자와의 연락이 되지 않자 건물주는 원룸 관리인에게 연락하여 집안을 살펴보라고 지시하였으며 원룸 관리인이 경찰관과 함께 집안을 확인하고 나서야 세입자가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변사사건이기에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유가족을 찾아내었으며 건물주는 유가족과의 연락을 통하여 고독사현장 처리와 관련한 문제들을 상의하였다고 한다.

건물주는 본인이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관계로 현장까지 내려가기가 어렵고 현장조차도 눈으로 보기 싫다며 내가 알아서 유가족에게 연락하여 모든 일을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보통 건물주, 유가족과의 대면 없이 전화 통화만으로도 일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건물주의 의뢰를 접수하였고 통화를 종료하기 위한 마무리 인사를 꺼내려는 순간 건물주가 혼잣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참말로~"

"어떻게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지내지~?"

"그것도 젊은 사람들이 말이야~?"

"동생이라는 사람하고 통화했는데 보니까 부모도 있던데 말이야?"

"이해가 안 되네~"



건물주는 1년 동안 서로 연락조차 안 하고 지낸 유가족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되어서 그런지 유가족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그러면서도 건물주의 목소리를 들었을 때, 세입자가 적어도 가족들끼리 연락만 하고 살았다면 이렇게까지 처참하게 발견되지는 않았을 것인데 하는 안타까움도 묻어 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건물주의 혼잣말에 침묵을 유지한 채 가만히 있었다.

나는 사업 관계상 이런 일을 비일비재하게 목격하고 들어왔기에 감정이 무디어진 것이 사실이며, 무엇보다도 고인 및 유가족들은 각 가정마다 그 가정 나름대로의 가정사가 있기 때문에 건물주와 내가 가타부타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몇 초간의 정적이 흐르자 건물주는 "유가족이랑 통화하고 다시 연락 주세요."라고 말하였고 나는 알겠다고 대답한 뒤 통화를 종료하였다.





이후 유가족과의 통화는 그리 길지 않았다.

이미 건물주가 유가족에게 나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상태였고 유가족도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고자 건물주의 의견대로 해당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생각이었기에 나와 유가족은 곧바로 서로 간의 약속 일자를 잡았다.

이에 나는 다시 건물주에게 연락하여 앞으로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었다.





며칠 뒤, 고독사 현장으로 내려가 유가족과의 첫 만남을 가졌다.

서로 간의 인사를 나누자 고인의 동생은 곧바로 나 혼자서 현장에 진입하여 견적을 책정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고인의 마지막 자리를 정리하는 것이니 나는 고인의 동생에게 "같이 안 들어가셔도 괜찮으시겠어요?"라고 물어보았지만 고인의 동생은 괜찮다며 나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고인의 마지막 자리를 확인하지 않으려는 유가족의 명확한 의사에 따라 나는 작업 박스 하나를 챙겨들고 고독사현장 문 앞에 다다른 뒤 보호 장갑과 발 토시를 착용한 후 혼자서 현장으로 진입하였다.



현장 내부는 나의 기준으로 보았을 때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시각적으로 양호했다는 얘기가 아닌 후각적으로 양호했다는 얘기인데 방안 한가운데 있는 시신의 오염물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모두 말라버려 흙처럼 흐트러져 있었으며 냄새는 그저 오래된 창고 안에서 맡을 수 있는 퀴퀴한 냄새만 진동할 뿐이었다.


통상적으로 고독사현장은 고인이 사망 후 7일(1주일) ~ 28일(4주일) 정도의 기간 안에 발견되어 우리에게 작업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혹 고인이 사망 후 몇 개월 ~ 몇 년이 지난 후에 발견되는 경우가 있기는 한데 이런 경우는 극히 드물고 앞서 말했듯이 통상적으로는 사망 후 한 달 이내에 발견되는 경우가 95% 이상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유는 이 기간이 시체의 부패과정인 팽창기, 부패기에 속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사망 후, 인체의 기능이 멈추면서 여러 가지의 시체변화가 발생한다.


사망 초기에는 시체 냉각, 시반, 경직 등의 변화가 일어난다.

시체의 외형적 변화는 크게 발생하지 않지만 부패균에 의하여 부패가 진행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사후 3일 이상 경과되면서부터는 시체 피부밑 조직과 근육에 부패가스가 형성되어 전신이 부풀어 오르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시체는 더욱더 팽대해지며 나중에는 시체 내부에 있는 가스가 새어 나오고 부패액이 흘러내려 인간의 형태가 무너지게 된다.

이때 시체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황화수소와 암모니아이며 이러한 성분의 악취들이 건물 전체에 퍼져 이웃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하여 고독사현장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덧붙여 이때 발생하고 목격되는 파리 유충(구더기), 고치와 성충도 고독사한 사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시기의 시체변화 단계를 팽창기, 부패기라고 부르며 이 기간 동안 고독사한 시신이 발견되어 우리에게 작업 의뢰가 들어오는 것이다.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보자.

그렇다면 이 현장은 고인이 사망 후 도대체 왜 1년 뒤에야 발견이 된 건지 궁금증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유는 바로 고인이 겨울에 사망하였기 때문이다.

복합적인 상황에 따른 이유라고 볼 수 있는데 하나하나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먼저 계절에 따른 온도의 차이이다.

겨울이다 보니 기온이 낮아 여름에 비하여 시신 부패에 따른 심각도가 낮은 편이다.

물론 보일러를 높은 온도로 가동하였거나 고인이 전원이 켜진 전기장판 위에서 사망하였을 경우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현장에 투입되는 우리가 보자면 겨울의 고독사현장이 여름의 고독사현장에 비하여 비교적 무난한 것은 사실이다.


둘째, 이웃주민들이 시신부패악취를 감지 못한다.

추운 날씨 탓에 창문을 닫고 생활하고 여름에 비해서 시신부패악취가 확산되지 않아 이웃주민들이 고인이 고독사한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셋째, 이웃주민들이 파리 및 파리 유충(구더기) 등을 목격하지 못한다.

봄 ~ 가을까지는 고독사 현장에서 파리 유충(구더기)이 발생된다.

파리 유충은 고치로 변태하고 고치는 파리로 우화한다.

이런 파리목 곤충이 목격된다면 고인이 고독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중요한 단서로 적용되는데 겨울에는 이런 파리목 곤충이 전혀 발생하지 않으니 고인이 고독사하였다는 사실을 이웃주민들이 알 수가 없다.


넷째, 마지막으로 시체변화 단계 건조기에 따른 시신부패악취의 부재이다.

좀 전에 고독사현장의 대부분은 시체변화 단계 중 팽창기, 부패기 때 발생하는 시신부패악취와 파리목 곤충으로 인하여 발견된다고 말하였다.

하지만 오염된 시신이 부패기를 지나 건조기로 접어들게 된다면 최고점에 다다랐던 시신부패악취는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

간단하게 이해를 돕자면 고인이 사망 후 시신이 부패될 경우 한 달까지는 시신부패악취의 농도 그래프가 계속 상승하였다가 한 달이 지나면서부터는 그래프가 다시 낮아진다고 보면 된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두 달 정도의 기간이 지난다면 시신부패악취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 이웃주민들은 고인이 고독사한 사실을 전혀 모르게 되며 유가족 및 건물주(집주인) 등 누군가가 고인의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시신이 발견될 일은 전혀 없다.





나는 다시 밖으로 나와 유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유가족에게 고독사현장 처리를 위한 작업의 범위와 건물주가 원하는 작업 방향을 설명하였고 유가족도 건물주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상황이라 나의 의견에 문제 제기 없이 모두 동의하였다.

유가족과의 대화를 마무리 지은 후, 나는 곧바로 건물주에게 연락하였고 건물주와 유가족이 원만한 합의를 이루었음에 따라 곧바로 고독사현장 청소 작업을 시작하였다.





언제나 그렇듯이 고독사현장의 가장 첫 번째 작업은 시신의 오염물 제거이다.

일반적인 고독사현장이라면 시신의 오염물이 있는 부분에 화학약품을 살포하여 중화시킨 뒤 닦아내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해당 고독사현장의 경우 이미 시신의 오염물이 말라비틀어져 흙처럼 바닥에 흐트러진 상황이라 제거 방법이 다르다.

나는 이런 경우 화장터 직원들이 화장한 유골을 수습할 때 사용하는 빗자루를 사용하는 것처럼 시신의 오염물을 쓸어 모은다.

이에 나는 곧바로 작업 박스 안에서 손바닥 크기만 한 소형 빗자루를 꺼내들었다.


고글과 방독면을 착용하고 바닥에 흐트러져 있던 시신의 오염물을 쓸어 모으자 시신의 오염물이 공중으로 휘날리기 시작했다.

공중에 퍼진 시신의 오염물이 나의 피부에 묻는 것이 느껴졌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고 잠시 후, 나는 시신의 오염물들을 모두 한곳으로 모았다.


이렇게 먼지처럼 쌓여 있는 시신의 오염물이 마치 흙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를 흙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모르겠다.

엄밀히 따지자면 건조된 인체조직으로 부르는 것이 맞는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해본다.



보통 일반적인 고독사현장이라면 시신의 오염물과 함께 파리 유충, 고치가 함께 쌓이게 된다.

하지만 해당 고독사현장은 1년이라는 시간이 경과된 관계로 파리목 곤충이 아닌 수시렁이 유충의 사체들 및 여러 종류의 벌레들, 거미줄 등이 쌓여 있었다.

이중 몇몇의 벌레들은 쌓여 있는 시신의 오염물 사이를 헤집으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나는 문뜩 생태계에서의 물질 순환이 떠올랐다.

비록 이곳이 자연이 아닌 콘크리트 구조물에서 발생한 사건이고 그 범위는 고작 지름 50cm 채 되지 않았지만 탄소와 질소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니 꽤나 신비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시동안 활발하게 움직이는 각종 벌레들로 인하여 시신의 오염물이 꿈틀대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 보았고 이후 시신의 오염물 제거와 함께 집안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하였다.





이번 고독사현장은 고인이 월세를 납부하지 않아 보증금이 손실되어 건물주가 현장을 확인함에 따라 고인이 발견된 사례이다.

만약 고인이 전세로 입주를 하였거나 자가 소유의 부동산에서 거주를 하였다면 사망 후 발견 시기는 더욱더 오래되었을 것이다.


위와 같이 고인이 사망 후, 몇 개월 ~ 수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이 되는 고독사현장이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앞으로 이러한 죽음이 가면 갈수록 많아질 것이라는 점이다.

예전과는 달리 현재는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많이 퇴색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적어도 이웃 세대의 우편함에 고지서나 서류가 쌓여 있다면 한 번쯤 고독사를 의심하여 관심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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