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의 현실 [호적] - 유품정리사 / 특수청소부 에피소드

최고관리자 0 3135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매체의 영향을 받은 고정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 사업에 적용시켜 보자면 크게 두 가지가 떠오른다.



부모에게 자식의 노릇을 다하지 않는 경우에 쓰는 말

"저런 호로자식이 다 있나."


어릴 때 많이 듣는 흥부와 놀부 고전 이야기

"약자는 선하고 강자는 악하다."



하지만 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는 이런 고정 관념이 완전히 깨져버렸다.

해마다 수백 건의 사례를 접하면서 느낀바 화목하고 평범한 가정이 있는가 하면 불행하고 저주를 퍼붓는 가정도 있다.



보통 주변 사람들이 기억이 남는 사례가 있냐고 물어보면 아무래도 좋지 않은 사례들을 말할 수밖에 없는데 부모의 시신인수를 거부한 사례 등을 얘기하다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식들을 욕하지 부모들을 욕하지는 않는다.



"자식새끼가 그따구에요?"

"에휴~ 불쌍해라~ 자식이 웬수네~"



이와 같이 전형적인 대사를 이어나가는데 사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평탄한 인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사료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이 사업을 운영하면서 경험해본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기준으로 남의 가족을 평가하는 것은 절대로 좋지 않은 생각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입주민의 고독사로 인하여 고독사현장 정리가 필요한 상황인데 유가족이 남쪽 지역 멀리서 올라온 상황이고 오늘 저녁에 다시 내려가야 되니 빨리 이곳 관리사무소로 방문하여 작업 관련 견적 책정은 물론 서류에 사인을 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사업의 운영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신뢰성 향상으로 인하여 임대아파트 관리 커뮤니티 같은 곳에 나의 사업체가 자주 언급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해당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소장의 경우에도 나에게 묻고 따지지도 않고 그냥 곧바로 와줄 것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나는, 소장도 나의 사업체를 인지하고 있구나라고 판단하였고 곧바로 기존에 작업하던 현장의 작업을 멈추고 해당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로 이동하였다.






점심시간이 지난 즈음에 관리사무소에 도착하였다.

소장은 이미 나를 알고 있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현재 고독사한 입주민의 아들이 고인의 사망 후 신고 절차로 인하여 외부에 볼일을 보고 있으니 나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며 의자로 안내하였다.

내가 의자에 앉자 소장도 같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는데 소장은 이런 사업을 하는 내가 신기해 보였는지 친근감 있게 웃으면서 사업과 관련하여 이런저런 질문을 하기 시작하였다.


소장은 나에게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언제부터 이 사업을 시작했는지, 작업 의뢰는 얼마나 들어오는지, 고독사현장 처리비용은 얼마나 나오는지, 고독사현장 처리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체냄새는 어떻게 없애는지, 이웃주민들의 민원은 어떻게 대응해야 되는지, 사업 관련 법적 분쟁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등 나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였고 나는 이러한 질문들에 대하여 하나하나 상세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사실 고독사의 주 무대 중 하나는 바로 임대아파트다.

그래도 신혼부부, 청년,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최근에 지어지는 임대아파트는 비교적 고독사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20년 전후로 지어진 오래된 복도식 임대아파트의 경우 입주민의 대부분이 영세민, 고령층, 독거노인, 장애인, 알코올중독자, 정신질환자 등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고독사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내가 솔직하게 말한다면 이러한 임대아파트 단지는 사실상 거대한 고독사 단지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하나의 임대아파트 단지에서 여러 건의 고독사현장 처리 작업 의뢰가 해마다 반복적으로 들어오고 있다.

내가 소장에게 자세한 답변을 해주는 이유 또한, 실질적으로 영업 행위를 함과 동시에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빈번하게 발생될 고독사에 대하여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자문을 전달함에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소장은 나의 말을 귀담아들으며 내가 하는 사업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갔다.

서로 간의 대화를 나누자 시간은 금방 흘러갔고 약 30여분 정도 지나자 한 남성이 관리사무소 안으로 들어왔다.



"아!"

"오셨네요."

"여기 앉으세요."



소장은 이 남성을 보자마자 내 옆에 있는 의자를 손바닥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소장의 행동에 나는 이 남성을 쳐다보았고 이 남성이 고독사한 입주민의 아들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인사를 하려고 하자 소장이 먼저 선수를 쳤다.



"아!"

"여기 이분은 청소하러 오신 분."

"인사하세요."



"안녕하세요."



소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곧바로 머리를 숙여 아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하지만 나의 인사를 받은 아들은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까딱거렸다.



'뭐지..?'

'기분이 나쁜가..?'



나는 아들의 퉁명스러운 태도에 약간 뻘쭘하기 시작했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건물주나 유가족들이 고독사나 자살, 살인사건 현장을 청소하는 우리들에게는 친절하게 대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런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아들의 태도를 보니 오랜만에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뭐 이래저래 아들의 기분과 고독사현장의 처리 문제는 별개의 상황이기에 아들이 나의 옆자리에 앉고 나서 나도 다시 의자에 앉았다.



소장, 아들, 나, 셋 모두 의자에 앉자 소장이 아들을 보며 말했다.



"그래!"

"동사무소는 잘 갔다 오셨습니까?"

"이제 밖에서 볼일은 다 보신 거죠?"



"하아...."

"네...."



아들은 소장의 말이 귀찮았는지 인상을 찡그리더니 한숨을 쉬며 대답하였다.

아니 소장의 말이 귀찮았다라기보다는 그냥 본인이 이렇게 분주하게 움직이는 행위 자체를 귀찮아하는 것 같았다.

이러한 아들의 태도에 나는 곁눈질로 아들을 살펴보았고 아들의 표정을 보니 '아버지하고 인연을 끊고 살았나 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은 아들의 퉁명스러운 태도를 이미 겪어서 그런지 아니면 성격이 원래 쾌활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다시 말을 이어 나갔다.



"음!"

"그럼 남은 건 여기 보증금 포기 부분인데."

"일단 보증금 포기와 관련해서 서명하셔야 되는데 그전에 여기 청소업체 분이 현장에 올라가서 정확한 견적을 보고 와야 돼요."

"그래야지 서류에 비용을 구분해서 작성할 수 있으니까."



보통 임대아파트에서 고독사한 입주민의 유가족의 경우 고인의 재산 상속을 포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 이유는, 사망한 고인이 기초수급생활자이거나 재산적으로 넉넉하지 않거나 빚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약 입주민이 고독사를 한다면 그 유가족은 고인의 장례식부터 시작하여 고독사현장 정리와 함께 인테리어 시설물 복구까지 수백만원에서 2천만원 정도까지의 비용을 부담하여야 된다.

갑작스러운 일로 인하여 목돈의 지출이 나가야 되는 유가족은 금전적, 심리적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으며 만약 고인이 빚이 있는 상황이라면 재산 상속을 받는 것 자체가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가족이 거주하던 임대아파트의 보증금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곳의 아들 또한, 고인의 재산 상속을 포기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고독사한 입주민이 거주하던 집의 보증금을 고독사현장 정리와 함께 집안 원상 복구 비용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가족의 동의가 필요하며 나 같은 업체는 해당 고독사현장 정리 작업과 관련한 책임자로 서명을 해야 된다.


즉, 서류 상에 고독사현장 정리와 관련하여 각 분야에 따른 정확한 비용 기재가 필요했던 소장은, 내가 현장에 올라가서 정확한 견적을 보고 와야 된다고 아들에게 설득을 한 것이다.

소장의 말을 이해한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올라가서 고독사현장을 보고 오겠다고 소장에게 말한 뒤 곧바로 아들을 쳐다보았다.



"같이 가시겠어요?"



"아니요."

"됐습니다.

"알아서 보고 오세요."



아들은 나를 쳐다보며 아까와 마찬가지로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나의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에 나는 알았다고 말한 뒤 혼자 고독사현장에 올라가서 집안 전체적인 오염 상태를 점검하였다.






현장의 오염 상태는 일반적인 고독사현장과 별다를 바 없었다.

집안 바닥에는 변사체 혈액, 부패액이 흘러있고 파리 유충(구더기), 고치가 널브러져 있는 상황 말이다.

워낙 작업 경험이 많은 임대아파트이기에 작업의 범위, 작업의 기간, 작업의 비용 등을 산출하는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으며 다시 관리사무소로 내려가 소장과 아들과 함께 대화를 이어 나갔다.






나는 소장과 아들에게 고독사현장 정리와 변사체 부패 악취 제거에 필요한 제반 업무를 모두 설명하였다.

나는 소장과 아들을 번갈아 쳐다보며 계속 설명을 하였는데 소장은 나의 말을 경청하였고 아들은 '너는 떠들어라. 나는 모르겠다.'라는 듯한 느낌의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나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책상 바닥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모든 설명을 끝내자 소장은 나의 말을 모두 수긍하였고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소장은 아들에게, 혹시 청소하시는 분에게 질문할 것이 있냐고 물어보았지만 아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에 따라 소장은 고인이 거주하고 있던 집의 보증금을 포기한다는 동의서 및 각종 서류를 아들에게 제시하였고 아들은 서류에 작성된 내용을 전혀 읽지 않은 채 곧바로 개인 정보를 기재하고 서명을 하였다.



아들의 서명 이후, 다음으로 내가 서류에 작성해야 되는 부분을 기재하고 서명을 하였다.

모든 서류 작성이 끝나자 소장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다 됐습니다!"

"이제 바로 진행할 수 있겠네요!"

"냄새 때문에 민원이 들어와서 힘들었는데 이제 문제없겠네!"

"어떻게 지금 좀 바로 일할 수 있습니까?"



"네."

"일단 급하시니까 심각한 오염부분이라도 제거해 놓고 철수하겠습니다."



"좋아요!"

"바로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소장은 고민스러운 부분이 해소되었는지 더욱더 상쾌한 기분으로 웃으면서 나에게 작업 시작을 요청하였다.

그리고 아들 또한, 모든 일이 마무리되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순간 나는 아들을 불러 세웠다.



"잠시만요."

"저희가 집안 물건들을 정리할 때 돌아가신 분의 주요 유품들을 찾아 드리는데요."

"현금, 통장, 도장, 사진, 부동산계약서 같은 물품들이요."

"전부 찾아 놓으면 어떻게 전달해드려야 될까요?

"오늘 내려가시니까 나중에 택배로 보내드릴까요?"



"아니요."

"마음대로 처리하세요."



"그러면."

"매일 작업 끝날 때마다 작업 진행 상황을 알려드리는데 전화를 드릴까요?"

"아니면 문자로 전달해드릴까요?"



"아니요."

"됐습니다."

"그냥 관리사무소랑 얘기하세요."

"신경 쓰기 싫으니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아들에게 고인의 주요 유품들 전달에 대한 문제와 작업 진행 과정 보고 방법을 설명하였다.

하지만 아들은 여전히 귀찮았는지 나의 말을 듣자마자 별다른 고민 없이 모든 사항들을 거부하였다.






아들의 대답을 모두 들은 나도 그 자리에서 일어나 작업 시작을 위하여 관리사무소 밖으로 나갔다.

트럭은 관리사무소 앞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는데 아들 또한 본인의 차량을 관리사무소 앞에 세워두었는지 나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하였다.


내가 작업 장비를 챙기기 위하여 화물용 밧줄을 풀고 천막을 걷어내는 동안 아들은 차량에 시동을 걸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한대 피기 시작하였다.

아들은 작업 시작 준비를 하는 나를 쳐다보며 담배 연기를 계속 내뿜고 있었고 나는 작업 장비를 접이식 대차에 싣고 이동할 준비를 하였다.


해당 고독사현장 정리와 관련하여 이제 아들과는 만나거나 연락할 일이 전혀 없으니 나는 아들에게 다가가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려는 순간 아들이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며 나에게 말했다.



"하아...."

"내가 태어나서 이 사람 얼굴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근데 호적에 올라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사람 죽은 거에 대한 뒤치다꺼리를 해야 되는지 전혀 이해가 안 되네요."

"짜증 나네요 진짜...."

"하아...."



아들은 무너져버린 본인의 가정 상태를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나이가 있는 관리사무소 소장보다는 연배가 비슷한 나에게 본인의 심정을 전달하여 공감을 얻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사업을 운영하는 나는 이렇게 가정이 무너져버린 유가족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별다른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는 개인적으로 이 사업을 감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내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지금 아드님처럼 이런 사례가 종종 있어서요."

"일단 가족관계등록부 전산에 올라와 있는 이상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요...."

"수고하세요...."



나의 말을 들은 아들은 여전히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담뱃재를 털고 본인의 차량에 탑승하였다.

그리고 아들이 출발하는 모습을 본 나는 입주민이 고독사한 현장으로 장비와 함께 이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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