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에피소드 - 반지하와 3층

최고관리자 0 20266
"네. 여보세요?"
 
"예. 인터넷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유품정리 좀 하려고 합니다."
"내일 오전에 바로 작업 가능 한 가요?"
 
"네. 가능합니다."
 
"그러면 내일 오전 7시 30분 전까지 와주실 수 있나요?"
"제가 출근을 해야 되서요."
 
"음.... 지역이 어디세요?"
 
"여기 은평구 OO동 입니다."
"사장님 회사하고 가깝습니다."
 
"아. 바로 옆 동네시네요?"
 
"예. 그래서 연락드린 거예요."
"가까워서요."
"그럼 주소 불러드릴게요."
 
"잠시만요...."
"네. 불러주세요."
 
"서울시 은평구 OO동 OO-OO 입니다."
"다 적으셨죠?"
 
"네. 다 적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에 뵙는 걸로 하겠습니다."
 
"아니요. 아니요."
"잠시만요. 잠시만요."
"일단 현장 상황이 어떤지 대략적인 설명이라도 들어야 견적 책정이 가능할 텐데...."
"이렇게 그냥 무턱대고 갔다가 견적이 안 맞아서 철수하는 경우가 있어서요."
 
"아. 지금은 비용이 문제가 아니라 냄새 때문에 빨리 치워야 되는 문제라서요."
"사장님 회사 홈페이지 쭉 훑어보고 연락드린 거니 오셔서 한번 보시고 견적만 큰 차이 없으면 바로 진행해 주시면 됩니다."
 
부모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떨림 없이 거침없이 말하는 40대로 보이는 목소리의 남자
그의 목소리에서 울먹이거나 슬퍼하는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보통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의뢰인들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이혼가정이나 편부모 가정의 환경에서 자라온 자녀일 확률이 높다.
나 또한 이번 의뢰인의 반응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다.
 
다음날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우리는 차 안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다.
 
"야. 몇 분 남았냐?"
 
"음.... 15분 정도 남았는데?"
 
"담배나 한 대 피워야겠다."
 
담뱃불을 붙이고 조수석 창문을 내리던 친구는 순간 움찔거리며 말했다.
 
"야.... 냄새난다...."
"여기까지 냄새나는 걸로 봐서는 심각하겠는데?"
 
"아. 그래?"
"내가 한번 보고 올까?"
 
나는 차량에서 내린 후 냄새의 근원지를 추적하였다.
빌라에 한걸음 한걸음 접근할수록 냄새는 점점 더 강렬해져갔다.
빌라 입구 쪽보다는 뒤편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뒤쪽으로 가보니 B02가 적혀있는 반지하의 현관문이 보였다.
현관문의 틈새에서 악취가 흘러나오는 것이 느껴지었기에 고독사 현장인 것을 확신하였고 좀 더 확인해 보고자 창문 쪽으로 갔다.
방범창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창문을 조금씩 열자 강렬한 악취가 코를 찔렀으며 "웅웅웅" 소리를 내며 날아다니는 파리들이 보였다.
 
"으아~"
 
외마디의 감탄사를 남긴 후 차량으로 돌아가자 담배를 다 피운 친구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었다.
 
"어때?"
 
"글쎄."
"심각할 것 같은데?"
"일단 유가족한테 전화해볼게."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자 나는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유품정리업체입니다."
"저희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예. 아까 차 소리 들었어요."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ㅇ..ㅓ..ㅅ..ㄴ..ㅔ??"
 
나는 유가족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질문하려는 찰나 유가족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나는 친구를 보며 의아한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뭐지?"
 
"왜?"
"뭐라는데?"
 
"아니. 우리 온 거 알고 있는데?"
"바로 내려오겠다는데 이게 무슨 말이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빌라 3층에서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중년 남성이 나오더니 문을 닫고 계단을 내려오면서 우리를 보고 인사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드린 사람입니다."
 
순간 나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정신을 차리고 같이 인사를 하였다.
 
"아.... 네. 네."
"안녕하세요."
 
그가 계단을 내려오는 사이 나의 머리는 복잡해져갔다.
 
'뭐지?'
'어제 통화할 때의 반응을 봐서는 아버지하고 서로 연락을 두절하고 살아온 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왜 아버지하고 같은 건물에 살지?'
'아니. 같은 건물에 사는데 아버지가 고독사를?'
'저 사람은 친아들이 아닌가?'
내가 잡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남성은 계단을 전부 내려왔고 나는 다시 한번 정신을 가다듬고 명함을 건네주며 정식으로 인사를 하였다.
 
"네. 명함 여기 있습니다."
"스위퍼스 유품정리업체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일단 한번 보셔야죠?"
"열쇠 여기 있습니다."
 
"네. 일단 한번 보고 오겠습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속전속결로 진행하는 유가족
나는 열쇠를 받고 친구와 함께 현장에 진입하였다.
여름인지라 바닥과 구석에는 구더기와 번데기가 바글바글 가득 차있었다.
방안을 확인하려고 한걸음 한걸음 전진할 때마다 '투둑', '툭', '툭' 거리는 소리와 함께 구더기와 번데기들이 터져나갔다.
큰 방을 확인하자 시신의 혈액, 부패액, 분비물을 흡수한 침구류가 보였다.
흰색의 침구류는 갈색으로 변해있는 상태였다.
오염된 상태와 구더기, 번데기를 보니 고인은 사망 후 약 2주일 정도 방치된 후 발견이 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바닥 괜찮으려나?"
 
"음...."
"괜찮을 것 같은데."
"비켜봐."
"이불 들춰보게."
 
나는 바닥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이불을 들추어 보았다.
이불 밑에는 군집을 이루고 있는 수백 마리의 구더기 무리가 꿈틀대고 있었다.
 
"으~"
 
"아우~ 구더기 더럽게 많네."
"일단 바닥에 스며들어 간 것 같지는 않다."
 
"그러게."
"그나마 다행이네."
 
현장마다 다르지만 시신에서 흘러나온 혈액, 부패액이 장판을 지나 콘크리트 바닥 속까지 스며드는 경우가 있고 스며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혈액, 부패액이 콘크리트 바닥 속까지 스며든다면 이는 작업시간의 연장 및 비용 상승의 원인이 되는 중요한 부분이기에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
 
사망한 위치의 오염 상태, 구더기의 유무, 정리할 물건의 양, 벽지 상태, 장판의 종류 등 집안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 후 밖으로 나가기 전 나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야. 잠깐만...."
"아니 근데 저 사람 친아들 맞아?"
 
"왜?"
 
"왜라니?"
"부모랑 같은 건물에 사는데 이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는데?"
"이상하지 않아?"
"지금까지 이런 경우는 없었자나?"
 
"아씨. 그딴 걸 왜 신경 쓰냐~ 우리랑 뭔 상관이라고~"
"빨리 나가자고!!"
"냄새나니까!!"
 
"하아~"
"진짜 관심 없는 새끼 진짜...."
"궁금하지도 않나...."
"됐다."
"나가자."
 
사실 나와 친구는 일을 하면서 사적인 감정을 집어넣거나 감성적으로 접근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이번 현장이 워낙 특이한 상황이라 궁금증이 유발되었다.
그런데 친구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밖으로 나가자 유가족은 나를 보더니 말을 꺼냈다.
 
"어떤가요?"
 
"네. 일단 견적은 OOO만원 정도로 예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냄새가 심해서 벽지는 제거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요."
"전체적인 작업 내용은 어제 저희 업체 홈페이지 살펴보셨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렇게 진행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업은 내일 오후까지 해야 되고요."
 
"뭐. 그 정도 금액은 예상했고...."
"바로 진행해 주세요."
"집안에 있는 물건들은 뭐 판매를 하시던 버리시던 마음대로 하셔도 되고요."
"유일하게 찾아야 될게 무엇이냐면 서류거든요?"
 
"서류요?"
 
"예."
"이 건물이 현재 아버지 명의로 되어있어서요."
"일단 일하시면서 나오는 서류 종이들은 하나도 버리지 말고 찾아놔 주세요."
"나머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사장님 마음대로 처리하셔도 되고요."
 
"음...."
"지금 말씀하신 것 이외에도 저희가 기본적으로 찾아드리는 게 현금, 귀금속, 통장, 도장, 계약서, 보험증서, 기타 중요 서류 같은 재산적 가치품을 찾아 드리고 이외에도 사진, 편지, 다이어리 같은 정서적인 유품들을 찾아드...."
 
유가족은 나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현금 같은 건 아마 집안에 없을 거예요."
"통장, 도장도 찾아 놓으시면 되고...."
"다이어리도 뭔가 적혀 있을지 모르니까 그것도 찾아놔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사진 같은 건...."
 
"사진은 뭐...."
"있으면 찾아놔 주세요."
"하여간 글이 적혀있는 서류만 확실하게 챙겨주시면 돼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말씀하신 것들 전부 찾아 놓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전 가보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네. 그럼 저희는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유가족과의 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장비를 현장에 옮기고 유품정리를 시작하였다.
먼저 보호장구를 전부 착용한 후 고인이 사망한 위치의 오염된 부분 및 구더기, 번데기들을 제거하였다.
이후 집안의 물건들을 정리하였고 정리할 때마다 나오는 각종 서류들은  한 곳에 모아두었다.
 
정리한 물건들을 밖으로 반출하자 이웃 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하였다.
옆 빌라의 이웃 할머니는 밖으로 나와 우리를 멀뚱멀뚱하게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거기 내가 아는 할아버지 집인데?"
"뭐 하는 거예유?"
 
"네. 여기 할아버지가 아프셔서요~"
"요양병원에 들어가셨어요~"
"그래서 집안에 있는 물건들 전부 빼는 거예요~."
 
"아. 그래유?"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더니 병원 간 거예유?"
 
"네~ 네~"
 
만약 이웃 주민들이 고인이 사망한 사실을 모를 경우 우리는 상대방에게 이런 거짓말을 한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굳이 이웃 주민들에게 고인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전할 필요가 없다.
이는 사생활 보호, 비밀유지, 소문, 집값 문제, 작업시간 등 다양한 관계로 얽혀있기에 되도록이면 이웃 주민들과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을 지향한다.
 
나는 할머니와의 짧은 대화를 뒤로한 채 일에만 몰두하였다.
이후 할머니는 우리를 몇 분 동안 지켜보다가 굽은 허리로 천천히 걸으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날씨가 더운 탓에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횟수가 많았다.
음료수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던 중 한 아주머니가 오더니 말을 걸었다.
 
"아저씨들."
"할아버지 집 치우시러 온 거예요?"
 
"네. 맞습니다."
 
"아이고~"
"세상에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고!!"
"나 여기 1층 사는 사람인데!!"
"아니. 며칠 전부터 할아버지 집에서 계속 냄새가 나가지고 내가 그 집 아들한테 말을 했어요!!"
"아버지 집에서 냄새가 나니까 한번 확인해 보라고!!"
"뭐 말만 잘하지 알았다고 말해놓고서 한 번도 안 가는 거야!!"
"그리고서 이 사달이 났다니까!!!!"
 
아주머니는 다짜고짜 격양된 목소리로 우리에게 하소연을 풀기 시작하였다.
 
"아.... 예...."
 
"그래서 내가 남편 보고 말을 했어요!!"
"밑에 할아버지 집에 무슨 일이 난 것 같다고!!"
"가서 확인 좀 해보라고!!"
"남편이 가보니까 창문에 시커먼 파리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처음 맡아보는 아주 썩은 냄새가 난다는 거야!!"
"그래서 우리 남편이 '아 이거 심상치 않다.'라고 생각해서 바로 신고했다니까!!!!"
 
아주머니는 큰 한숨과 함께 한숨을 고르더니 다시 불이 붙었다.
 
"할아버지는 제일 안 좋은 곳에서 살면서 지네들은 제일 좋은 곳에서 살고!!"
"아니!! 이게 무슨 자식새끼냐고!!"
"어떻게 같은 건물에 같이 살면서 이런 일이 일어나냐고!!"
"내가 살다 살다 이렇게 억울한 경우는 처음 봤다니까!!!!!!"
 
아주머니는 마치 자신의 일인 듯 영혼의 심부를 짜내는 듯한 울분을 토하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아주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근데 3층에 사시는 분이 친아들 맞나요?"
 
"그럼요!!"
"친아들이 아니면 누구겠어요!!"
 
"아뇨...."
"그냥 궁금해서요."
 
친아들이라는 말에 나도 마음속으로 놀라기는 했다.
지금까지 고독사한 부모의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는 종종 봐왔었는데 같은 건물에 사는 부모가 고독사한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놀라지 않았나 싶다.
 
"저희 이제 일 빨리 시작해야 돼서요."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대로 있다가는 아주머니의 감정이 폭발할 것 같아 우리는 빨리 이 자리를 피하고자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현장으로 향하였다.
 
이후에도 아주머니는 우리를 볼 때마다 할아버지에 대한 동정과 함께 아들을 맹비난하였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최대한 짧은 답변으로 아주머니와의 자리를 피했다.
 
다음날 저녁 모든 작업을 완료한 후 우리는 유가족을 기다렸고 약속시간이 다 되어가자 유가족이 도착하였다.
 
"서류 전부 찾아놨나요?"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리를 보고 말하는 유가족의 첫마디였다.
 
"네. 전부 찾아 놨습니다."
"일단 현장 들어가셔서 한번 확인하시겠어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알아서 잘 해주셨겠죠."
"서류는 어디에 있나요?"
 
"집안에 있습니다."
 
"여기로 가져와주시겠어요?"
 
나는 찾아놓은 서류뭉치들과 통장, 도장, 사진을 유가족에게 가져다주었다.
 
"킁. 킁."
"아.... 종이에도 냄새가 이렇게 배기네...."
 
유가족은 서류를 몇 장 훑어보더니 냄새 때문인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이거 옥상에 놔두면 냄새 좀 빠지겠죠?"
 
"네."
"냄새는 빠집니다."
 
"그럼 나중에 봐야겠네요."
"이것들 좀 옥상 계단에다가 놔주시겠어요?"
 
"아.... 네."
 
친구가 서류뭉치들을 옥상에 옮기는 동안 나는 유가족과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열쇠를 건네주고 대금을 전달받았다.
 
"여러모로 수고하셨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차량에 탑승 후 철수하였다.
골목길을 빠져나와 대로변에 진입한 후 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너.... 나중에 나이 먹고 이런 일 생기면 어떻게 할 거야??
 
"몰라~"
"결혼 안 할 거야~"
"그냥 혼자 살다 고독사할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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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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