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에피소드 - 똥

최고관리자 0 18161
"와...."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가?"
 
가끔씩 이런 생각이 드는 현장이 있다.
변사체로 인하여 혈흔, 부패액이 바닥에 흘러나와있고 시취(시체악취)가 풍기며 구더기가 들끓는 현장이 아닌 정말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한 그런 현장 말이다.
 
이번에 소개할 현장이 그렇다.
햇빛마저 잘 들어오지 않는 낡은 건물의 지하 1층 단칸방
누수 된 흔적과 함께 곰팡이가 피어있는 벽지
방안 여기저기에 숨어있는 바퀴벌레와 그리마
벽 구석에 뚫려있는 쥐구멍
싱크대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미 잡동사니로 가득 차있고 요리를 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수도꼭지에서 물조차 나오지 않는 단수된 상황
 
무엇보다도 제일 심각한 것은 화장실의 상태였다.
전구도 들어오지 않는 화장실 바닥에는 시커먼 이물질이 여기저기 묻어있었고 악취가 올라왔다.
자세히 확인하기 위하여 휴대폰 라이트로 바닥을 비추어 본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묻어있던 것은 대변이었고 대변은 변기에서 바닥으로 흘러나온 상태였다.
나는 변기 내부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변기 뚜껑을 들추어 보았다.
변기 안은 분뇨로 가득 차 있었고 골판지와 함께 뒤섞여 있었다.
 
순간 나의 머리에 스쳐 지나간 생각은 이랬다.
물 단수로 인하여 변기의 물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라 고인은 변을 보면 냄새를 막기 위하여 골판지로 덮어놓았고 다시 변을 보면 또다시 냄새를 막기 위하여 골판지로 덮어놓는 행위를 반복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가자마자 건물주가 먼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
"어떤가요?"
"변기 안의 내용물들 전부 없애주시고 변기는 파쇄해주세요."
"하수구도 막아주시고요."
 
일이 확정된 것도 아닌데 급하게 요구를 하는 건물주의 모습에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요."
"잠시만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그냥 돌아가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설비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보면 설비업체에 의뢰하시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화장실의 상태를 본 나는 의뢰를 받지 않을 생각이었다.
더군다나 의뢰인의 요구는 설비 분야 쪽에 가까웠다.
무엇보다도 나는 변기 안의 내용물을 제거하기가 매우 싫었다.
 
"이미 다섯 곳의 업체가 왔었는데 전부 포기하고 그냥 돌아갔어요."
"굳이 변기까지는 파쇄 안 해주셔도 됩니다."
"어떻게 좀 깨끗하게만 만들어 주세요."
"이래저래 간 볼 상황도 아니고 비용은 넉넉하게 드릴 테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다급함이 묻어있는 건물주의 계속되는 부탁에 우리는 고민에 빠졌다.
 
친구와 둘이서 상의를 한지 약 5분여....
우리는 돈을 벌고 트라우마에 빠질 것인가 아니면 그냥 철수하고 무(無)로 돌릴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었다.
하지만 나와 친구의 공통된 생각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앞으로도 사업을 유지할 경우 분명히 이런 현장을 또 마주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는 어느 정도 정당성을 부여하여 자기최면을 걸었고 이후 건물주의 의뢰를 수락하였다.
 
70대 독거노인의 고독사현장
고인이 사망 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발견되어 방안에 시취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곰팡이가 핀 벽지와 지하의 특성으로 인한 퀴퀴한 냄새가 날뿐이었다.
집안은 고인이 밖에서 주워온 물건들로 인하여 오염 상태가 심각한 상태로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널브러져 있었다.
방안의 물건들을 정리할때 마다 튀어나오는 바퀴벌레와 그리마들은 벽 틈새와 쥐구멍을 향해 '샤사삭' 거리며 도망쳤다.
벽이 합판과 스티로폼 단열재로 구성되어 있어 한쪽 구석에 쥐구멍이 뚫려있었으며 쥐구멍 근처에는 쥐가 파놓은 스티로폼 부스러기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곰팡이가 피어있는 벽지는 힘없이 뜯어졌으며 함께 붙어있던 바퀴벌레 알들은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화장실을 제외한 모든 곳의 작업을 끝내고 마지막으로 화장실만 남은 상황
건물주가 사온 백열전구를 끼우고 불을 켠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잠깐의 정적이 흘렀는데 이때만큼은 진짜 앞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서 고민을 하는 순간이었다.
 
"하아...."
"괜히 한다 그랬나?"
"옷 갈아입자."
 
우리는 보호복, 보안경, 방독면, 장갑, 장화를 착용
특히 장갑은 위생장갑, 니트릴장갑, 화학용장갑 총 3중으로 착용한 후 화장실에 진입하였다.
 
맨 처음에는 분뇨가 바가지로 잘 퍼질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골판지 때문에 바가지로 분뇨를 퍼내기가 애매했으며 힘으로 퍼냈다가는 분뇨가 변기 밖으로 튀어나올 상황이었다.
 
"아씨. 안되겠네."
"이거 종이는 따로 빼야 될 것 같은데."
"근처 마트 가서 주방용 집게 좀 사다 줘."
"철로되고 뾰족한 톱니가 있는 것으로 사와야 된다."
 
나는 골판지를 따로 집어서 빼내야 된다는 판단을 하였고 친구는 급하게 마트에 가서 주방용 집게를 사 왔다.
우리는 다시 재정비 후 화장실에 진입하였다.
"후우...."
"시작한다."
 
나는 큰 심호흡과 함께 집게와 바가지를 사용하여 분뇨를 제거하였다.
먼저 튀어나온 골판지를 집어서 제거한 후 바가지로 분뇨를 조금씩 조금씩 퍼낸 뒤 다시 밑에서 튀어나온 골판지를 집어서 제거하는 식으로 작업을 반복하였다.
작업은 비교적 순탄하게 진행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업복과 장갑에 묻는 분뇨의 범위가 넓어져갔다.
바가지로 더 이상 퍼낼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자 나는 생각이 복잡해졌다.
 
"하~"
"미치겠네~"
"나머지는 어떻게 하지?"
 
"뭐 어떻게 하기는 인마!!"
"그냥 손으로 퍼!!"
"푸하하하하"
"어디 한번 좆 돼봐라!!"
 
친구는 앞뒤 생각 안 하고 빨리 끝내고 싶어서인지 재촉을 하며 막말을 퍼부었다.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지가 하는거 아니라고 막말하는 거 보소."
"크크크크크"
 
이미 반쯤 놓아버린 정신줄에 나도 욕과 웃음이 튀어나오는 것은 당연지사
이것들은 눈앞에 닥친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매개체였다.
 
변기에 남아있는 잔여물들을 손으로 긁어내고 퍼내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질 때마다 '찌걱찌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나의 기분과 입은 더러워져갔다.
 
"아.... 이런 시발 진짜...."
"돌아버리겠네."
"으흐흐흐흐"
 
"미친놈아 닥치고 빨리 하기나 해."
"얼마 안 남았어."
 
변기의 상황이 호전되어 가는 것을 본 친구는 더욱더 닦달하기 시작했다.
"1층 올라가서 호스 연결 좀 해줘."
"나머지는 물 붓고 뚫어보게."

변기의 잔여물들을 대부분 제거한 후 1층에서 연결한 호스로 변기에 물을 공급하면서 뚫어뻥으로 조심스럽게 변기를 뚫어보았다.
 
"으~ 제발~"
"튀지마라. 튀지마라. 튀지마라. 튀지마라."
 
뚫는 작업을 계속 반복하자 변기 안는 '푸걱푸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굉음을 내기 시작했다.
 
"으아아~~~~"
"야!! 야!! 야!! 야!! 야!!"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뚫렸어!!"
​"오~"
"진짜네?"
"응!!"
"와~ 생각보다 무난하게 뚫렸네."
"다행이다."​
​"변기 내부 청소까지는 내가 할게."
"나머지 변기 주변하고 바닥은 니가 해."
 
"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마."
 
변기 내부에 비하면 변기 주변과 바닥은 아무렇지도 않는 난이도일 뿐
친구가 별 무리 없이 청소를 진행하는 사이 나는 작업복들을 탈의한 후 장비를 정리하였다.
 
작업 마무리 후 우리는 건물주를 불렀지만 건물주는 현장에 직접 들어가지는 않았다.
건물주는 이 방을 앞으로 창고 용도로 사용할 것이라는 말과 함께 수고했다는 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철수를 위하여 우리는 차량에 탑승하였으며 나는 시동을 켜기 전 친구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다.
 
"크크크크크"
"너. 이런 현장 또 들어오면 할래?"
 
"몰라. 이 새끼야."
"말시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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