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정리사 에피소드 - 기러기아빠

최고관리자 0 11033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많은 현장을 접해본 결과 같이 일하는 친구와 우스갯소리로 자주 하는 말이 생겼다.

"결혼해서 자식 낳고 나중에 나이 들어서 고독사 할 바에는 그냥 혼자 살다가 고독사 하는 게 낫다."

그 말인즉슨 결혼 후 가정을 이룬 뒤 열심히 살다가 나이가 들어 이혼, 별거, 분가 등 무슨 이유에서든지 부인,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살다가 고독사 할 바에는 그냥 혼자 인생을 여유 있게 즐기면서 건강하게 살다가 독거노인으로 구분되어 지자체 복지 관리를 받다가 고독사 하는 게 낫다는 의미이다.

가족이 있으면 노인이 되어 혼자 살더라도 지자체 복지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고독사를 할 경우 심각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될 가능성이 높지만 적어도 아무런 연고 없이 혼자 살다가 나이가 들어 독거노인으로 구분된다면 지자체의 주기적인 복지 관리를 받아 사망하더라도 비교적 빠른 시일 내에 발견되어 시신이 온전한 상태에서 수습될 가능성이 그나마 조금이라도 높아질 수도 있기에 이래저래 나이가 들어 혼자 살다 고독사하는 것이 매한가지라면 우리는 후자를 선택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대화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우리끼리의 우스갯소리지만 가끔 몇몇 의뢰를 받다 보면 이 우스갯소리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3년 전 고독사현장 작업 의뢰를 받았던 고시원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세입자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을 하였는데 며칠 뒤 발견되어 약간의 오염 및 시체악취가 발생되는 상황이라며 우리에게 연락하여 유품정리 및 특수청소 작업을 의뢰한 것이었다.

나는 고시원 측에서 다음날 바로 현장에 와줄 것을 요구할 줄 알았는데 고시원 측은 유가족이 미국에서 귀국 중이라 장례절차 및 행정절차에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략 3일 ~ 5일 뒤에 현장에 와줄 것을 요구하였다.

​결국 4일 뒤 고시원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으며 다른 세입자들의 이목을 피해야 된다며 출근시간대 이후에 도착해줄 것을 요구하는 고시원 측의 요청에 따라 우리는 다음 날 오전 9시 30분경에 현장에 도착하였다.

고시원은 복합상가로 이루어진 고층건물이었으며 우리는 현장 도착 후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장비를 챙겨들고 승강기에 올랐다.

고시원 층수에 도달한 후 승강기 문이 열리자 우리는 챙긴 장비와 함께 승강기에서 내렸고 고시원장 아들은 이를 CCTV로 지켜보고 있었는지 바로 사무실에서 나와 우리를 맞이하였다.

고시원장 아들은 우리를 보고 허탈은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였다.

"큭.. 하하.."

"안녕하세요.."

나는 고시원장 아들이 웃는 의미를 알고 있었다.

3년 전 고독사현장 작업 의뢰를 마친 후 나는 고시원장 아들에게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더 일어나지 안 일어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니 언제든지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시는 것이 좋으며 우리를 다시 부를 가능성이 높습니다."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했었는데 실제로 고시원장 아들은 같은 사건이 또 발생되어 다시 우리를 불렀으니 이에 어이가 없으면서 웃음이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일 것이다.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 인사를 하는 고시원장 아들을 보고 나도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

"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서로 간의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나는 고시원장 아들에게 유가족이 언제 올 것인지를 물어보았다.

"유가족 분들은 언제 오시나요?"

"아."

"부인 분한테서 10분 전쯤에 연락이 왔었는데요."

"여기로 직접 올라 오기는 좀 그렇다고​ 1층 OOO커피전문점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네요."

"한 번 내려가서 만나고 오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현장 한 번 확인한 후에 내려가서 유가족 분들 뵙고 오겠습니다."​

​작업 시작 전 유가족과의 상담을 진행한 후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우리는 견적 책정을 위하여 작업 현장에 진입하였고 전체적인 상황을 확인한 후 1층 커피전문점으로 내려갔다.

커피전문점은 이제 막 영업 시작 시간이라서 그런지 밖에서 얼핏 보았을 때에는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레 커피전문점 입구 문을 열었고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한쪽 구석에 앉아있는 여성과 젊은 남성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그냥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다.

​일단 해당 가게에 딱 이 손님들 밖에 없다는 점과 개인적으로 이런 사건이 발생하여도 유가족들이 슬픈 내색 없이 일상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는 지금까지 많이 보았었기에 나는 이들이 유가족임을 확신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접근하였다.

​얘기를 나누던 여성은 대화를 나누다 접근하는 나를 쳐다보았는데 작업 조끼를 입은 나를 보니 유품정리업체임을 인식하였는지 밝은 표정으로 인사를 하였다.

"아~. 예~."

"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고시원에 가보니까 유가족 분들께서 여기서 기다린다고 하셔서 내려왔습니다."

"네~. 맞아요~."

"앉으세요~."​

​"커피 주문해 드릴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고시원 측에서 빠른 작업 시작을 원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설명만 드리고 바로 올라가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나는 부인의 권유를 거절하고 견적 및 작업 방식, 작업 방향에 대한 설명을 시작하였다.

작업 견적이 얼마인지, 유가족에게 전달해야 될 유품은 무엇이 있는지, 작업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작업은 어떤 순서로 진행되는지, 고시원 측에서 요구하는 사항이 있는데 이에 동의를 하는지 등 작업 방향에 대한 협의를 보고 있었다.

​부인은 나의 얘기를 듣는 동안 아무런 문제 제기 없이 모든 사항에 대해 수긍을 하였다.

"들어보니까 전에도 이 고시원에서 작업하신 적이 있으시다면서요~?"

"고시원에서 그러는데 사장님한테 맡기면 알아서 잘 해주신다던데 믿고 맡길 테니까 그냥 알아서 잘 해 주세요~."

"끝나기 30분 전에 연락 주시면 저희가 다시 올 테니까 그때 넘겨주실 것들 넘겨주시면 될 것 같아요~."

​"네. 알겠습니다."

​부인의 시원시원한 반응으로 인하여 대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또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런 사건이 발생하여도 '별일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많이 봐왔었기에 개인적으로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나는 오히려 부인 옆에서 나의 얘기를 듣는 젊은 남성의 반응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되었다.

이 남성은 딱 보아도 부인의 아들, 즉, 고인의 아들임이 불 보듯 뻔했는데 이 남성은 나와 부인과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그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볼 뿐이었다.

​나는 부인과 얘기를 나누면서 이 남성도 한 번씩 쳐다보았는데 내가 이 남성을 볼 때마다 들었던 생각은 '한국말을 못 알아듣나?'라는 생각이었다.

덧붙여 시종일관 멍하니 앉아 있는 이 남성을 보면서 한국말을 못 알아듣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이외에도 '이 남성은 지금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고 있기는 한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궁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하고 싶었기에 부인과의 대화가 마무리 될 즈음 순간을 노려 이 남성을 쳐다보았고 서로 간의 눈을 마주친 채 가벼운 손짓으로 가리키며 질문을 하였다.

​"아! 그런데."

"혹시 아드님이신가요?"

 

"......??"

"......??"

역시 예상대로 이 남성은 한국말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직접 서로 간의 눈을 마주치며 질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남성은 대답을 하지 못한 채 그저 나의 눈을 쳐다보며 본인의 눈을 껌뻑껌뻑일 뿐이었다.

"네~."

"아들이에요~."

잠깐의 침묵을 깨고 부인이 대신 대답을 하였다.

"아...."

"예."

"그럼 저희는 이제 올라가서 작업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작업 종료 30분 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이후 현장에 올라가 고시원장 아들에게 유가족과의 대화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한 후 작업을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몇 번의 기러기아빠 고독사현장 작업을 진행하였지만 이때마다 드는 생각은 '이들은 정말 절제된 삶을 사는구나....'라는 것이다.

이번 현장 역시 '이보다 더 소박하고 간소하게 살아가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회사생활을 위한 복장은 양복 및 와이셔츠 두벌씩, 코트 한 벌, 구두 한 켤레가 전부였고 사무작업을 위하여 사용하는 듯한 6년 이상 지난 노트북 및 해진 노트북 가방 그리고 다이어리 하나가 전부였다.

또한 일상생활을 위한 평상복도 계절별에 따라 한, 두벌씩 밖에 없었으며 운동화와 슬리퍼 또한 한 켤레씩 밖에 없었다.

친구가 의류의 주머니를 확인하며 의류와 속옷, 신발 등을 정리하는 동안 나는 유가족에게 전달한 유품들을 하나하나 찾아나가기 시작하였다.

방안에 정리할 물건들 자체가 워낙 없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있는 물건들도 깔끔하게 정리정돈되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유가족에게 전달할 유품들을 선별하는 시간은 단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선별한 유품들은 지갑, 통장, 도장, 노트북 및 해외송금과 관련 있어 보이는 서류뭉치들이 전부였다.

지갑 안에는 최소한의 생필품만을 구매할 수 있을 정도의 소액만 들어있었고 한쪽에는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이 다른 한쪽에는 체크카드, 신용카드가 한 장씩 꽂혀있었다.

이후 책상 서랍과 선반을 열어보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이 텅텅 비어있었고 그나마 딱 한 곳에서 책이 몇 권 나올 뿐이었다.

"와...."

"진짜 없네...."

​"텅텅 비었어...."

​"그러게."

"뭐 아무것도 없냐."

​"퇴근해서 뭐 하면서 지냈을까?"

"글쎄...."

"노트북으로 인터넷, 동영상 보거나 책 같은 거 읽지 않았을까?"

"술, 담배도 전혀 안 보이고...."​

"기러기아빠니까 투잡을 뛰지 않았을까?"

​나와 친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고인의 퇴근 이후의 삶이 어땠을지 지레짐작을 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방을 정리하던 나는 현장을 보고 문뜩 어느 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 집에는 '여유'와 '사치'가 전혀 보이지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통 일반적인 가정집 같은 경우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물품 이외에도 여유분의 소비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예를 들어 비누, 치약, 샴푸 같은 세면용품이라던가 물, 인스턴트식품, 조미료 같은 식료품들이라던가 휴지, 건전지, 필기도구, 화장품 같은 생활용품이라던가 이런 소비품들이 보통의 가정집에는 여유 있게 보관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해당 현장의 경우에는 이런 여유분의 소비품들은 단 한 종류를 제외하고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방에서 유일하게 여유 있다고 볼 수 있는 물품이 딱 한 종류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책상 한쪽 구석에 놓여있던 라면 2봉지였다.

그리고 사치품이라고 부르기에는 좀 민망하지만 남성이라면 적어도 손목시계라던가 소형 전자기기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을 법한데도 불구하고 해당 현장에는 전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 고인이 생활에 사용하던 방안의 물건들을 정리하는데 소요된 시간은 고작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우리가 이렇게까지 빠른 시간 내에 유품정리를 완료하는 경우는 전혀 없었기에 나는 고인에 대해 '정말 사람이 살아가면서 '극'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 정도로만 유지를 하며 살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한 물건들의 양이 워낙 적어서일까 우리는 단 한 번의 이동만으로 고인의 유품들을 모두 반출할 수 있었다.

오히려 시체악취가 배어있는 관계로 철거한 침대, 책상, 선반을 옮기는 횟수가 더 많을 뿐이었다.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는 시간이 단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면 고인의 흔적을 지우기 위하여 작업한 시간은 3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먼저 화장실 바닥 타일에 굳어있는 혈액, 부패액을 제거하는 동안 친구는 방안의 벽지와 장판을 제거하였다.

​이후 함께 방안 전체적으로 청소를 진행한 후 시체악취제거 및 공기 정화를 위한 살균기를 가동하였다.

마지막으로 탈취 약품을 종류별로 살포하였는데 연막제의 경우 30분 이상 효과가 지속되기에 나는 연막제를 살포한 후 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예."

"지금 마무리 작업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끝날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오셔도 될 것 같습니다."

"네~."

"1시 30분까지 갈게요~."

"일단 건네드릴 물건들은 전부 챙겨 놨는데 어떻게 전달해드릴까요?"

"​여기 고시원으로 직접 올라오실 건가요?"

"아니요~."

"1층 로비에서 ​받을게요~."

"도착하면 연락드릴게요~."

"내려와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작업 현장은 연막제를 살포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현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관계로 나는 고시원장 아들에게 "부인 분이 이곳에 올라올 의향이 없는 것 같으니 우리가 1층으로 내려가서 부인 분을 만나고 오겠습니다."라고 말하였고 이후 부인에게 전달할 유품들을 챙겨 친구와 함께 1층으로 내려갔다.

​부인이 오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던 터라 우리는 해당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집어 들고 바깥 탁자에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친구와는 가치관 및 취미가 비슷하기에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부인이 도착할 시간이 될 즈음 우리는 해당 건물 1층 로비로 이동하여 부인을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인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으며 고인의 아들은 부인의 뒤에서 졸래졸래 따라오고 있었다.

이윽고 나는 부인에게 작업 결과 상황을 설명함과 동시에 선별해 놓은 유품들을 전달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인의 아들은 커피전문점에서 나와 부인이 대화를 나누던 상황일 때와 똑같이 그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모든 설명이 끝난 뒤 부인은 바로 작업비용을 우리에게 건네주었고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뒤돌아 떠나갔다.

유가족은 우리의 눈에서 멀어져 갔으며 고인의 아들은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송아지가 어미소를 뒤따라 가는듯한 모습처럼 부인의 뒤를 졸래졸래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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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사 에피소드를 커뮤니티 사이트 또는 본인의 블로그, 카페에 옮겨 담기 위하여 당사에 문의 및 허락을 구하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영리적 목적 사용이 아니며 내용을 변경하지 않는 한 자유롭게 옮겨 담아도 괜찮습니다.

단, 출처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여 남겨 주시기 바랍니다.

 

- 출처 -

스위퍼스 유품정리 특수청소 전문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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